매화꽃 향기로 행복을 나누는 아름다운 농사꾼

 

광양 지역명사 홍쌍리

꽃다운 나이의 도시 아가씨가 산골 외딴집으로 시집가 눈물 반 시름 반으로 보내던 시간을 견디게 한 것은 오직 꽃이었다. 그 고운 자태에 반해 온 산 가득한 밤나무를 베어내고 온갖 반대와 시련을 이겨내며 매화나무를 심었다. 눈물로 짓던 농사는 이제 행복을 나누는 농사가 되었고, 홍쌍리 명인의 매화 사랑은 향기로운 전설이 되고 있다.
광양-홍쌍리-메인
광양 매화마을 축제3

힘겨운 시집살이, 눈물 달래준 매화꽃

 

해마다 봄이면 전남 광양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산자락을 뒤덮은 수만 송이의 매화꽃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 감동을 피워낸 ‘매화 엄니’가 바로 청매실농원의 홍쌍리 대표다.

 

“5천여 그루가 넘는 매화나무의 꽃은 모두 내 딸이고, 열매는 아들입니다. 하나같이 내 눈물을 받아먹고 자랐으니까요.”

 

경남 밀양의 부잣집 셋째 딸로 태어난 홍쌍리 대표는 장군의 사주를 지녔으나 가시내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중학교도 가지 못했다. 나이 열여섯에 부산 작은 집으로 보내져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자랐다. 23살에 시집간 곳은 첩첩 산골 움막 같은 집과 45만 평 농사, 병약한 남편 수발과 의붓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가 기다렸다. 게다가 얼마 후에는 광산 사업 실패로 집안이 빚더미에까지 앉게 되었다.

 

“만날 울면서 일했지요. 어느 날 매화 한 송이가 내를 보고 ‘엄마, 울지 말고 나랑 같이 살아’ 하는 것 같았어요. 그날 꽃 천국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불러들이자고 마음먹었어요.”

 

이후 시아버지(故 김오천)가 산에 심어 놓은 밤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매화나무를 심기 위해 돈이 되는 밤나무를 베어내는 새댁에게 온 마을의 비난이 이어졌지만, 시아버지는 밤마다 통곡을 하면서도 며느리가 심어 놓은 매화나무를 뽑지는 않으셨다. 그렇게 심었던 매화나무가 홍 대표의 오늘을 만들었다.

밥상을 약상으로 만드는 농사 작품

 

매화 농사를 시작한 홍 대표는 약초, 전통 발효식품 관련 연구서들과 논문들을 섭렵하면서 매실 제품 개발에 필요한 연구에 매진했고, 자연스레 매화 박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시아부지는 매실액을 만병통치약으로 아셨어요. 어느 날 매실 때문에 양철 바께쓰가 깨끗해진 걸 보고 나는 매실로 사람 몸속을 씻어주는 청소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현대인들이 입에 좋은 것만 찾다 보니 건강에는 독이 쌓인다는 홍 대표는 ‘밥상이 약상(藥床)’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유기농법을 고집했다. 건강에 중요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사는 작품처럼 정성을 다해 지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매실액도 무향 무방부 무색소로 만들고 있다.
1994년부터 매실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 판매해 ‘홍쌍리’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렸고, 그의 정성을 밑거름으로 청매실농원은 최고의 매실 브랜드로 주목받았다. 더불어 1997년 전통식품명인, 1998년에는 석탑산업훈장과 대통령상, 2001년에는 대산농촌문화상 등을 수상하며 승승장구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성과들이 그녀 나이 50대에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전의 30년간 매화나무를 심고 병마와 싸우면서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그렇게 얻은 것을 이웃과 나누며 사는 삶을 살아왔기에 성공신화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매실은 내 인생입니다. 매실이 건강을 찾아줬고, 여러 번 인생을 바꿔줬죠. 모두들 매실 많이 드시고 배 속 설거지 잘해서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그것밖에 내 소원은 없어요.”

 

꽃향기로 역경을 이겨낸 그녀는 이제 농원을 찾는 이들에게 또다른 행복을 나누기 위해 돌담을 쌓고 있다. 건강과 행복을 나누고 싶은 그 고운 마음이 매화 향처럼 온 산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매실 농원 중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청매실농원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시집온 이듬해부터 매화나무를 심고 가꾸기 시작했으니 30년을 준비해 청매실농원을 시작한 겁니다. 또한 20년 넘게 해마다 만들어 놓은 매실 원액들이 숙성되어 품질도 좋죠. 오랜 시간과 정성이 담긴 제품인데다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는 품질과 가치가 경쟁력의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청매실농원은 농업과 제조업을 같이 하는 회사입니다. 우리가 직접 키운 열매로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이 강점이죠. 저는 제가 경영자이기 전에 농사꾼이기 때문에 청매실농원의 오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매실농원의 미래는 얼마나 자연을 잘 가꾸고 지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어요. 청매실농원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100년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농사를 작품으로 짓고 있습니다.

청매실농원의 제품을 만드는 방법도 다르다던데 어떻게 차별화되어 있나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매실을 잘 키우고, 그 매실을 잘 보존하면서 성분과 효능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이 그다음입니다. 사흘을 달여 수분을 없애는 것도, 염분과 당분을 이용하는 것도 다 보존하기 위해서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이 매실 원액인데, 매실과 거의 비슷한 양의 당분을 더해야 해요. 이를 위해 저희는 값이 비싸지만 효소를 발효하는 과정 등이 더해진 프락토올리고당을 선택하기 때문에 단맛이 진하지 않고 은은해요. 또 매실은 항아리에 담아야 제일 좋아요. 그래서 항아리를 이용한 전통 숙성 방법으로 매실 제품을 숙성시키고 있어요. 이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항아리를 사 모았어요. 특히 새 항아리가 아니라 1930년 이전에 만든 옛날 항아리만 사용해요. 옛날 항아리는 숨을 쉬는데 요새 만든 항아리는 숨을 안 쉬어요. 흙도 다르고 유약도 달라서 그런 거겠죠. 지금은 2,500개 정도가 되었는데, 매실을 담기 위해 모은 항아리가 또 청매실농원의 대표적인 풍경이 되었죠.

30년 전에 꽃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겠다며 매화나무를 심으셨는데요. 매화가 문화 관광 콘텐츠로서 어떤 의의가 있을까요?

 

매화꽃 축제 때면 전국에서 100만 명이 넘는 분들이 찾아오세요. 또 일본 NHK나 언론에서 촬영 와서 개인이 먹거리 농장을 이렇게 대규모로 만드는 데가 없고 개인 농장에 1년에 백만 명이 오는 데는 드물다고 놀라워하더군요. 그런데 우리는 봄에 매화가 필 때뿐만 아니라 사철 관광객들이 찾아오시죠. 매실 농사꾼으로서 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많고 단체로 견학도 많이 오세요. 매화는 광양을 알리는 대표적 관광 상품이 되었고, 매실 때문에 청매실농원은 물론이고 광양도 유명해진 거죠. 그 자체로도 문화 관광 콘텐츠로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광양 섬진강
청매실농원 스토리 투어

2,500여 개 장독대와 뒷동산의 대나무 숲과 산등성이 전체를 감싼 매화나무들, 섬진강과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등 청매실농원의 아름다운 풍경은 힐링 코스로도 그만이다. 영화 ‘천년학’의 오픈세트였던 초가집을 비롯해 매화문화관, 청매실농원의 설립 과정과 매실의 다양한 효능, 매실을 주제로 한 예술작품 등도 해설과 함께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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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요리 만들기&매실 따기 체험

매실이 열리는 5월 말에서 6월 초에는 청매실농원에서 매실을 직접 따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매실 수확 철이 아닌 시기에는 매실장아찌와 매실 된장과 고추장을 만드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만들기에 관심이 없는 이들은 청매실농원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매실 음식과 매실 젤리, 매실 사탕 및 감로매(당절임한 매실) 등을 맛볼 수도 있다.

광양 매화마을 축제
광양매화축제

광양지역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광양매화축제는 1995년 시작해 벌써 20회가 넘었다. 매년 3월 중 매화 개화 시기에 맞춰 1주일가량 열리는 매화축제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백만 명가량의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섬진강 변의 운치와 온 산에 가득한 홍매화 청매화가 어우러진 풍경 속을 꽃향기와 함께 산책하는 힐링 축제이다.

명사 추천 주변 관광지
주변관광지_옥룡사지2
옥룡사지(동백림)

광양 옥룡사지는 통일신라 때 창건되어 도선 국사가 35년간 머물렀다는 옥룡사가 있었던 장소다. 빈터만 남은 옥룡사지를 찾아야 할 이유는 옥룡사 주위를 둘러싼 천연기념물 489호 동백 숲 때문이다. 도선 국사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이곳의 동백나무는 천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7천여 그루가 국내 최대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

  • 주소:
    • 전남 광양시 옥룡면 백계 1길 71
주변관광지_최참판댁
최참판댁

박경리의 소설 토지 의 주 무대인 최참판댁과 그 주변 인물들의 생활공간을 재현한 곳이다. 소설 속 무대를 실제로 보고 다시 소설 속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최참판댁 사랑채에 서면 하동의 대표적 풍경이 된 부부 소나무가 서 있는 들판과 섬진강 물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주소:
    •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 관람시간:
    • 09:00~18:00
  • 전화:
    • 055-880-2960
  • 관람료:
    • 성인 2,000원
INFORMATION
홍쌍리 청매실농원
  • 주소:
    • 전남 광양시 다압면 지막1길 55
  • 전화:
    • 061-772-4066
  • 웹사이트:
글 송지유 작가 | 사진 남윤중(AZ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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