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뒷모습을 배웅하는 곳

 

가을이 가고 있다. 지난 1월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길고 긴. 그래서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았던 2020년이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고생하고 수고했으며, 그래서 위로받아야 할 모두에게 지금 이 시기는 어떤 의미일까.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그래서 훗날 그 존재에 대한 기억마저 희미할 2020년의 가을을 멀리서나마 배웅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부산의 을숙도를 목적지로 정하자. 예전처럼 흥겹거나 소란스럽지는 않아도, 그 어느 곳보다 더 깊은 가을을 마지막으로 목격할 수 있으니까.

유리를 통해 자연으로 한 걸음

낙동강 하구 중에서도 하구에 자리 잡고있는 을숙도. 갈대와 수초가 무성하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라 작은 물고기와 동물, 곤충, 갯벌 생물 등이 풍부해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던 곳. 하지만 두 개의 매립장이 1995년, 1997년까지 쓰레기를 받아들이던 곳. 그래서 심각한 오염수를 배출하기도 했던 곳.
이렇게 생명과 죽음의 양면이 공존했던 을숙도는 2000년대에 접어들며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다만 을숙도대교 건설과 낙동강 문화관,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등이 지어지며 철새들이 머물 면적은 줄어들었다. 그래서 이제 “최대 철새 도래지”라는 타이틀은 창원의 주남저수지가 갖고 있다. 하지만 을숙도에는 여전히 많은 생명이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곳까지 말이다.

이러한 사전 지식을 접하게 되면 ‘아이들 교육에 좋겠는걸’이라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당연한 조건반사. 실제 을숙도의 낙동강하구 에코센터에서는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새, 파충류, 어류, 갑각류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교한 박제와 그림, 모형 등으로 자신이 관심 있는 대상을 자세히 관찰할 수도 있다. 스탬프와 블록 등은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맞춤 준비.

하지만 이곳이 단지 학습을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은 시기라면 오후 서너 시쯤 이곳을 방문해 보자. 1층에서 출입자 정보를 입력하고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2층 전시실로 들어서면 왼편으로부터 뭉글한 빛이 부드럽게 퍼지는 게 보인다. 홀리듯 그 따스한 광원(光源)을 따라 걷다 보면, 한쪽이 온통 투명하게 빛나고 있는 커다란 통창과 마주하게 된다.
창너머에는 고요하게 빛나는 을숙도의 풍경이 느릿하면서도 급작스럽게 펼쳐진다. 유리창 곳곳에는 독수리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새들이 날다가 유리에 부딪히는 걸 막기 위함이란다. 하지만 실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그 낭만적이면서도 쓸쓸한 풍경은 막지 못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창너머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앉아 있다. 겨울이 되면 물 위에서 오도카니 추위를 견디는, 혹은 이리저리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새들의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더 시린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의 풍경. 지금은, 꽤 오랫동안 걸을 수 있는 시기이다.

억새를 지나 갈대밭으로

낙동강하구 에코센터와 멀지 않은 곳에는 조금 더 생태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풀밭을 조금 걷고 나면 곧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른편으로 접어드는 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시야는 점점 억새로 가득 차게 된다. 그리고 마침 시간이 다섯 시 정도에 이르렀다면 그 풍경은 온통 황금빛으로 가득 차게 된다.
아직 바람이 무섭게 달려들지는 않는 계절. 덕분에 더 넓게 퍼지는 햇살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이 옮겨진다. 곁으로 늘어선 억새는 투명하게 빛나고 저 멀리 빼곡한 갈대는 섣부른 파도처럼 일렁인다. 그런 풍경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마음은, 어느 틈엔가 텅 비어간다.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올지 기억나지도 않고 짐작되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때쯤 하늘에서부터 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날아오는 비행기. 김해공항을 향해 점점 고도를 낮추는 모습을 한참이나 보고 서 있다. 이제는 언감생심 상상하기도 힘든 해외여행의 추억이 문득 떠오른다. “앞으로 다시 오지 않을 예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낮게 되뇐다. 그렇게 해는 저물고, 비행기는 곧 사라진다. 사위는 곧 어둑해지고 갈대를 타고 온 바람이 억새 사이로 숨어든다. 그 틈에 다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2020년의 가을과 영영 작별하고야 만다. 이제 곧 마지막 계절이다.

강 따라 흐르던 밀가루는

낙동강 유역이라 해서 근처에 매운탕이나 수산물 전문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비단 그곳이 아니라더라도 인근의 부산과 마산만에서는 다양한 해산물이 생산되기 때문. 그렇다고 해서 특색 있는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낙동강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국수다. 인근이 밀 재배지였던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 당시 해외에서 도착한 구호물자인 밀가루가 이곳 낙동강을 따라 구포에서 부려졌기 때문이다. 피난민들은 그것으로 고민 없이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그 국수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대동할매국수는 구포와 그 건너편 김해시 대동면에서 가장 오랫동안 국수를 끓여온 곳으로 손꼽힌다. 1959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60년 이상 육수를 우리고 면을 삶아온 이곳은, 인근 주민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국숫집.

메뉴는 물국수와 비빔국수 단 두 개다. 가장 오래된 메뉴는 역시 물국수. 보통 소면보다 굵은 면 위에는 김과 양념장, 시금치, 단무지 등의 고명이 잔뜩 올라가 있다. 거기에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인 멸치육수를 부어 먹는 것이 이곳의 특징. 국수의 맛이 거기서 거기라는 걸 부정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데서나 먹는 국수와는 궤가 다른 것도 사실이다. 우선 면발이 굵다 보니 식감이 다르고 곁들이는 양념장과 매운 고추가 국물의 맛을 한층 더 돋운다. 비빔국수 역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니, 만약 동행이 있다면 각기 다른 메뉴를 시켜서 맛을 보는 것도 좋겠다.

대동할매국수

경남 김해시 대동면 동남로45번길 8
055-335-6439

강 따라 흐르던 밀가루는

낙동강 유역이라 해서 근처에 매운탕이나 수산물 전문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비단 그곳이 아니라더라도 인근의 부산과 마산만에서는 다양한 해산물이 생산되기 때문. 그렇다고 해서 특색 있는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낙동강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국수다. 인근이 밀 재배지였던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 당시 해외에서 도착한 구호물자인 밀가루가 이곳 낙동강을 따라 구포에서 부려졌기 때문이다. 피난민들은 그것으로 고민 없이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그 국수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대동할매국수는 구포와 그 건너편 김해시 대동면에서 가장 오랫동안 국수를 끓여온 곳으로 손꼽힌다.

1959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60년 이상 육수를 우리고 면을 삶아온 이곳은, 인근 주민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국숫집. 메뉴는 물국수와 비빔국수 단 두 개다. 가장 오래된 메뉴는 역시 물국수. 보통 소면보다 굵은 면 위에는 김과 양념장, 시금치, 단무지 등의 고명이 잔뜩 올라가 있다. 거기에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인 멸치육수를 부어 먹는 것이 이곳의 특징. 국수의 맛이 거기서 거기라는 걸 부정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데서나 먹는 국수와는 궤가 다른 것도 사실이다. 우선 면발이 굵다 보니 식감이 다르고 곁들이는 양념장과 매운 고추가 국물의 맛을 한층 더 돋운다. 비빔국수 역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니, 만약 동행이 있다면 각기 다른 메뉴를 시켜서 맛을 보는 것도 좋겠다.

대동할매국수

전남 여수시 화정면 여산4길 5-2
061-665-8080

글ㆍ사진 정환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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