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신비가 숨어있는 순천은 도시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또한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땅 갯벌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사람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겨울이면 수많은 철새와 더불어 흑두루미 수천마리가 찾아오는 흑두루미 마을,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생명의 터전, 순천 갯벌이다.

항아리 모양의 내만형 펄갯벌

 

바람이 분다. 사람 키만큼 솟은 갈대들이 이리저리 휘청이면서도 요란한 비명을 지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갈대밭으로 휘몰아치던 거센 바람과 갈대들의 저항. 바로 순천만에 대한 첫인상처럼 자연과 자연의 만남과 부딛침 속에서 순천 갯벌은 시작되었다.

순천만은 우리나라 남해안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여수반도와 고흥반도가 에워싸고 있는 항아리 모양의 내만이다. 소백산맥에서 갈라져 고흥반도와 여수반도로 뻗어 내린 지맥이 침강해 형성됐다. 그리고 이곳에 금강에서 시작한 갯벌 퇴적물이 하천을 따라 유입되고 바닷물의 조수작용으로 퇴적되어 가장 미립질의 펄갯벌을 드넓게 만들었다.

반폐쇄형 만의 안쪽에 있다보니 순천 갯벌은 바다인데도 거의 호수처럼 잔잔한 특성을 지녔다. 때문에 순천만은 강하구와 갈대밭, 염습지, 갯벌, 섬 등 다양한 지형을 가지고 있고, 그 주변 육지에는 논과 염전, 갯마을, 양식장(옛 염전터), 낮은 구릉, 산 등이 인접하여 있다.

맑은 강이 유입되는 살아있는 갯벌

 

힘차게 굽이치는 S자 모양의 갯골, 그 위에 내려 앉은 황금빛 노을 풍경, 바로 순천만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갯골은 강의 하구가 댐으로 막히지 않아 자연스레 바닷물이 들고 나며 생긴 자연의 흔적이다. 갯벌생물들은 하천을 통해 육지로부터 먹이가 되는 유기물을 공급받으며 살아가고, 갯골은 갯벌에서 자라는 생물에 탯줄 같은 생명선이 된다.

그런면에서 순천만 갯벌은 건강하게 살아있는 갯벌의 표본으로 꼽힌다. 순천만은 만의 동쪽지역에 동천과 이사천이 서쪽지역은 벌교천이 있어 늘 맑은 강물이 흘러든다.
이들 하천을 통해 강의 하구가 막히지 않아 자연스럽게 바닷물이 들고 나며, 하구와 하류지역은 기수역을 이루고 있다. 강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점인 갯벌은 갯지렁이, 게, 맛조개, 참꼬막, 짱뚱어 등의 갯벌 생명을 품고 키워낸다. 봄이면 이 기수역 지점에서 강물을 거슬러 올라오는 실뱀쟁어를 잡기 위해 어민들이 그물을 내린다.

다양한 종류의 염생 식물들도 살고 있다. 검은 갯벌 위로 황금빛 갈대가 출렁이고, 자줏빛 칠면초도 화사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처럼 순천만은 해안 하구의 자연생태계가 원형에 가깝게 보전된 곳이다. 구불구불 아름다운 수로를 따라 펼쳐진 순천만의 갯벌 풍경은 최고의 절경이지만, 그 안에 품고 있는 생명에너지의 숭고함 때문에 더욱 빛나고 있다.

황금빛 갈대 바다, 순천만 습지

 

순천만 습지 인근 야트막한 언덕에 오르니 갈대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출렁이는 갈대밭과 그 사이 갯벌에는 수백마리의 철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고 또 내려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처럼 새들에게 은신처와 먹이를 제공하고, 하천의  정화 역할도 하는 순천만 갈대 군락은 면적 11헥타르로 국내 최대 규모다. 갈대밭 5.4㎢(160만 평)과 갯벌 22.6㎢(690만 평)이 광활하게 펼쳐진 순천만은 2003년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2006년에는 람사르협약(습지와 습지의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환경협약)에 등록됐다.

순천만 대표 철새, 흑두루미

 

계절마다 찾아오는 철새는 순천만의 귀한 손님들이다. 흑두루미,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등 국제적으로 보호되는 철새 희귀종도 겨울을 나기 위해 순천만을 찾아온다. 국내 도래하는 도요·물떼새 60여종 중 30여 종이 순천만에서 관찰되고 있다. 2020년 환경부 겨울철새 동시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순천만은 국내 200개 주요 습지 중 멸종위기종 조류가 가장 많이 관찰된 곳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순천만은 국내 유일의 천연기념물 228호 흑두루미 월동지다. 매년 10월 중순이면 흑두루미가 날아와 이듬해 3월 시베리아로 떠나기 전까지 순천만에서 머문다.  1999년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는 79마리였으나 2014년부터 순천시는 천학의 도시가 되었으며, 2021년 12월에는 3000여 마리가 월동하였다. 순천만은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자연성을 유지하고 있는 흑두루미의 월동지이다. 순천시의 전세계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해 2014 한-중-일-러 MOU를 체결하고 매년 서식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건간망 이용한 칠게잡이 어업

 

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 순천만 갯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미로처럼 설치된 그물들. 바로 건간망(建干網)이다. 건간망은 바닷가에 기둥을 깊게 박고 기둥마다 촘촘히 그물을 설치​하여 밀물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때 그물에 걸려 잡히는 전통적인 어업방식이다. 순천만 인근의 어민들은 주로 이 건간망을 이용해 짱뚱어, 칠게를 잡고 있다. 때문에 순천의 와온 선착장부터 거차마을 끝까지 순천만 앞바다 갯벌에는 모두 ‘건간망’이 촘촘하게 자리잡고 있다. 순천만 일대는 칠게가 살기 적합한 조건으로, 이렇게 잡은 순천의 칠게 생산량은 전국 최고다. 칠게는 우리나라 갯벌에서 가장 흔한 저서동물(낮은 곳에 사는 동물)로, 갯벌에 칠게가 흔하다는 건 갯벌이 건강하다는 뜻이다. 순천만 갯벌도 펄갯벌이기 때문에 건간망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뻘배를 이용한다. 때문에 순천만 갯벌에서는 그물들 가운데로 뻘배가 미끄러듯 빠져 나가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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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지유 | 사진 서천군, 한국관광공사, 디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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