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하구에 인접한 서천 갯벌은 바다와 하구가 만나 독특한 갯벌생태계를 보여주는 곳이다. 특히 유부도를 중심으로 하는 서천 갯벌은 우리나라 3대 철새도래지로 꼽히며, 새만금 갯벌이 사라진 후 멸종위기 조류의 보전을 위한 서식지로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천 갯벌은 갯벌에 의존하는 철새들과 생물 그리고 풍부한 수산자원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간이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이다.

다채로운 형태의 하구형 다도해 갯벌

 

오후 햇살이 내려 앉은 금강 하구, 황금빛으로 물든 물가의 갈대가 바람결에 흔들린다. 신호라도 받은 걸까. 파란 하늘로 수 천마리의 가창오리가 일제히 날아오른다. 햇살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군무의 흔적을 쫓다가 문득, 이곳이 바로 철새들의 낙원 서천임을 깨닫는다.

해안을 따라 황금빛 서해가 펼쳐지고 내륙으로는 금강이 굽이굽이 휘돌아 흘러가며 비옥한 옥토를 빚어내는 하구의 마지막에 위치한 충남 서천. 서천군의 해안선은 장항읍, 마서면, 종천면, 비인면, 서면의 5개 읍, 면에 걸쳐 72.5㎞에 달한다. 이중 68.09㎢의 면적을 차지하는 서천 갯벌은 서천군의 서쪽 연안과 유부도와 대죽도 등 15개의 크고 작은 섬을 중심으로 금강이 서해와 만나며 형성된 하구형 다도해 갯벌이다. 특히 지형에 따라 모래갯벌, 펄 갯벌, 혼합갯벌, 자갈갯벌 등 다른 형태의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실제로 춘장대는 개방형 갯벌로 주로 모래갯벌이 우세하고, 솔리갯벌과 장구만 갯벌은 만입형 갯벌로 펄 갯벌이 발달했다. 반폐쇄형 갯벌인 월호리, 선도리 갯벌은 모래와 펄의 혼합갯벌이다.

풍부한 수산물과 생태적 기반

 

서천 갯벌은 금강에서 유입된 부유 퇴적물과 바다로 밀려 나갔던 펄 퇴적물이 조류를 따라 이동해 유부도와 인근 섬 주변에 다시 쌓여 형성되었다. 때문에 유부도 등은 조립한 퇴적물인 모래가 상당수를 차지하나 갯벌 내측에서는 세립한 퇴적물인 펄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서천 갯벌은 펄과 모래갯벌이 조화롭게 조성되어 생물다양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금강하구를 포함하여 서천 연안 해역에는 전어, 뱀장어, 학꽁치, 양태, 풀망둑, 박대, 복섬, 넙치, 조피볼락, 농어, 참돔, 멸치, 아귀, 갈치, 병치 등이 다양하다. 이외에도 백합, 동죽, 굴, 바지락, 가무락조개 등과 같은 다양한 조개류와 꽃게, 민꽃게, 대하 등의 갑각류, 낙지, 주꾸미, 참갑오징어 등의 두족류도 풍부하다.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도 서식하고 있다. 또한 양식을 통해 김이 대단위로 재배되고 있는 등 크고 작은 저서생물도 다양하게 어우러져 도요·물떼새의 중요한 서식지로 형성되는 생태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생명의 활력 가득한 섬, 유부도

 

서천군 장항읍에 있는 도선장에서 ‘선외기’라고 하는 작은 동력선을 타고 섬으로 향하는 길. 불과 15분 여의 시간이지만 파도는 높고 뱃길은 거세다. 연신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정기적인 배편도 없어 이렇게 육지를 오가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유부도 주민들이다.

서천 갯벌에서 가장 대표적인 섬인 유부도는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 금강하구에서 갯골을 따라 이어지다가 황해가 펼쳐지는 지점에 위치한다. 면적 0.77㎦, 해안선의 길이는 4.2㎞로 넓은 자생퇴적지가 분포되어 있다. 불과 30 가구가 사는 작은 섬. 도시에 비하면 척박해보이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풍요로운 갯벌이 있다.

유부도는 바다와 강의 상호작용에 의해 퇴적물이 쌓였지만 대죽도, 소죽도, 묵도를 비롯한 여러 섬들로 둘러싸인 하구형 다도해 갯벌이다. 외측인 서쪽은 모래 갯벌이지만, 동쪽의 내측은 두께 6m 이상 퇴적된 펄갯벌로 구성되어 있다. 간조시 드러난 갯벌에서는 사방에서 뽁뽁 거리며 드나드는 칠게, 방게, 농게 등과 백합, 동죽 등 패류들로 활력이 넘친다. 이들을 먹이로 삼는 수많은 철새들이 모여들고, 조개를 캐는 사람들도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의 섬이다.

도요새와 물떼새, 철새들의 땅

 

거센 바람 속에서도 꼼짝하지 않고 일렬로 띠를 이루듯 철새들이 모여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턱시도를 입은 갯벌의 멋쟁이’라 불리는 검은머리물떼새 4,000여 마리가 유부도에서 겨울을 나는 중이다. 활처럼 굽은 부리가 특징인 마도요 무리도 먹이를 충전하며 쉬고 있다.

우리나라 3대 철새도래지 중 하나인 유부도 갯벌에는 이처럼 도요·물떼새들이 먹이를 충전하며 쉬어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있다. 특히 유부도 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들의 이동경로상 중요한 중간 기착지다. 해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지구 남쪽으로 날아가는 수십 여종의 도요·물떼새들이 찾아와 먹이를 먹고 휴식을 충분히 취한 뒤 다시 장거리 비행을 이어가는 곳이다.

이처럼 유부도는 국내 도요물떼새 중 무려 38%가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곳이다. 특히 넓적부리도요를 비롯해 알락꼬리마도요와 붉은어깨도요, 큰뒷부리도요, 마도요, 노랑발도요, 좀도요 등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 포함된 멸종위기종이 17종이나 찾고 있다.

갯벌 맨손어업과 전통적인 그레질

 

물이 빠지면 유부도 어민들은 경운기를 타고 갯벌로 향한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4km의 해안선을 따라 드넓게 펼쳐진 갯벌에서는 바지락, 백합, 동죽 같은 패류가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다. 유부도는 경운기를 이용할 수 있을만큼 단단한 혼합갯벌로, 이곳 어민들은 호미나 그레 등 간단한 손도구만을 이용해 각종 조개류를 채취한다. 동죽은 호미로 캐지만 단단한 펄에서 백합을 잡기 위해서는 얕은 빗살이 달린 전통 조개잡이 기구 ‘그레’를 이용해 갯벌을 훑은 후 조개가 걸리면 손으로 주워 올린다. ‘그레·끄레·글개·그랭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어민들은 사계절 채취가 가능한 바지락의 경우도 번식기에는 채취 활동을 자제한다. 인간과 새, 그리고 갯벌 생물들.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모두가 공존하는 삶의 터전이다.

새들이 유부도를 찾는 이유는?

 

금강 하구에 위치한 유부도는 다양한 갯벌 덕분에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칠게·백합·동죽 등이 많이 서식한다. 또한 과거에 소금을 생산한 폐염전도 있어 안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봄철에 호주나 뉴질랜드 등지에서 7,000-8,000km를 비행하여 날아온 도요·물떼새는 금강하구에 도착할 무렵 몸무게가 반으로 줄어 든 상태이다. 때문에 새들은 40일 가량 유부도에 머무르면서 다시 또 시베리아까지 5,000km~7,000km를 비행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이들이 다시 시베리아, 알래스카로 떠날 무렵이 되면 가슴에 지방질을 축적해 몸무게가 섬에 도착했을 때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유부도는 새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안식처다.

글 송지유 | 사진 서천군, 한국관광공사, 디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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