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흐르는 것 처럼 계곡이 흐르는 곳

 

거창은 지리산 남쪽 자락 아래에 자리 잡고있는 고장. 그래서 어디를 둘러봐도 사방은 그저 산이다. 당연히 공기가 맑고 그 공기만큼이나 물도 맑다. 그리고 수승대는 그 맑은 물이 계곡을 이루어 내려가는 길목이다. 그래서 인근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여름이면 거창을 찾곤 한다. 물론 지금이야 그 지루하던 여름이 지난 계절이기에 더 이상 물에 발을 담그고 싶은 맘은 들지 않지만, 청명하기 이를 데 없는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엔 여전히 수승대만 한 곳이 없다.

계절이 흐르는 것 처럼,
계곡이 흐르는 곳

 

거창은 지리산 남쪽 자락 아래에 자리 잡고있는 고장. 그래서 어디를 둘러봐도 사방은 그저 산이다. 당연히 공기가 맑고 그 공기만큼이나 물도 맑다. 그리고 수승대는 그 맑은 물이 계곡을 이루어 내려가는 길목이다. 그래서 인근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여름이면 거창을 찾곤 한다. 물론 지금이야 그 지루하던 여름이 지난 계절이기에 더 이상 물에 발을 담그고 싶은 맘은 들지 않지만, 청명하기 이를 데 없는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엔 여전히 수승대만 한 곳이 없다.

편지 한 통으로 바뀐 이름

수승대의 이름은 원래 수송대였다. 근심을 보낸다는 뜻(愁送)인데, 삼국시대 거창이 치열한 영토 분쟁의 최전방이었기에 이곳에서 많은 병사들이 출정을 앞두고 뜻을 다졌기에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던 것이 퇴계 이황의 편지 한 통으로 수승대로 변모했다.
수승대 옆에 구연서원을 짓고 후학을 양성하던 요수(樂水) 신권이라는 학자가 있었다. 하루는 그에게 퇴계 이황이 곧 수승대를 찾아 풍류를 즐기고 싶다는 연락이 당도했다. 신권은 기쁜 마음으로 당대의 대학자를 기다렸지만, 그에게 도착한 것은 퇴계가 아니라 한 통의 편지였다. 거기에는 임금의 급한 부름으로 인해 수승대에 갈 수 없게 된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시 한 편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수송대보다는 수승대로 부르는 편이 좋겠다는 권유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신권은 기꺼이 그 권유를 받아들이고 수승대의 상징인 거북바위에 퇴계의 시를 새겨넣었다.

구연서원 은행나무2_S

서원이라기엔 너무나 낭만적인

그런 수승대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신권이 학생을 가르치던 구연서원.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곧장 서원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 앞의 은행나무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400년 넘게 그 자리에서 삶을 지속한 생명에 대한 잠시나마 경외를 표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구연서원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관수루(觀水樓)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정자가 눈에 들어오기 때문. 정자 안에는 이곳을 방문했던 풍류객들이 지은 시들을 새겨넣은 판상시문이 잔뜩 붙어 있어 호기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원이라기엔 너무나 낭만적인

그런 수승대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신권이 학생을 가르치던 구연서원.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곧장 서원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 앞의 은행나무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400년 넘게 그 자리에서 삶을 지속한 생명에 대한 잠시나마 경외를 표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구연서원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관수루(觀水樓)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정자가 눈에 들어오기 때문. 정자 안에는 이곳을 방문했던 풍류객들이 지은 시들을 새겨넣은 판상시문이 잔뜩 붙어 있어 호기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것들은 나중에 나오는 길에 보기로 하고 다시 마당으로 접어들면, 이번엔 너른 잔디밭에 괜히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공부가 됐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너무나 낭만적이기에 ‘딴 생각’이 들어도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 생각은 앞서 지나쳤던 관수루에 오르면 더욱 커진다. 한눈에 들어오는 수승대 계곡은 온통 가을 풀벌레 소리와 물소리로 가득할 뿐, 어디에도 인공적인 요소가 없다.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저 아래로 사라지는 맑은 물과 그 안에서 제 맘대로 움직이는 작은 물고기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야 어떻게 지나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리고 수백 년 전 이미 같은 느낌을 가졌던 사람들은 다양한 시를 통해 이곳에서의 감상을 기록해두었다.

기록은 정말 본능일까

수승대의 상징인 거북바위는, 가까이 가지 않아도 그 표면에 상당히 많은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퇴계의 시는 물론 이곳에 왔던 풍류객들이 남긴 시와 자신의 호 등을 새겨넣은 것인데, 이제는 더 이상 틈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글자들이 빼곡하다. 스스로 지체 높은 양반이라 자부했을 사람들이, 글을 짓고 그것을 새겨놓을 공간을 찾느라 거북바위 이곳저곳을 샅샅이 살펴봤을 생각을 하면 괜히 재미있어지기도 한다.

‘진짜’는 언제나 건너편에 있다

거북바위와 그 주위를 감싸듯 흐르는 물줄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은, 구연서원 건너편에 있다. 이름부터가 요수정(樂水亭)이다. 물론 이 건물을 지은 신권의 호를 딴 것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도 물을 보고 즐긴다는 뜻이니 수승대의 정자에게는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이름.
실제 정자 근처에서 구연서원 방향을 바라보면,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잔뜩 그늘이 진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향하는 시선 덕분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정자에 직접 오를 수는 없다. 특별한 날에만 개방하기 때문이다. 구연서원에서 요수정까지 이르는 길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사람이 계곡 위를 오가게 되면 자연스레 오염과 훼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지금은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목을 모두 막아놓은 상태.
아마도 곧 거창에서는 수승대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행사가 진행될 것이다, 그때에는 지금 막힌 길도 아무렇지 않게 오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물론,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일. 하지만 지리산의 물줄기는 내내 흐를 것이고 수백 년 전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이 새겨놓은 기록들도 여전할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지금은 오늘의 계절이 흐르고 있을 뿐이고.

거창에서 만나는 색다른 가정식, 왓쇼이 식당

거창에서 나는 특산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사과다. 하지만 사과를 이용한 요리는 그다지 많지 않다. 게다가 거창의 자연환경은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을 뿐이니 식재료의 선택에도 제한이 클 수밖에. 그래서, 그런 곳에서 정통 일본 가정식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꽤 생경한 일이다.
왓쇼이 식당은 한국으로 이주해 온 일본 주부들이 한일문화교류회에서 만나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거창 시장 내에서 ‘다정카페’라는 이름으로 첫 영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의 왓쇼이 식당으로 변모했다. 왓쇼이는 힘을 낼 때의 구호 “영차영차”의 뜻을 담고 있는 일본어. 실제 식당 안에서는 다양한 일본어를 들을 수 있다.

음식들 역시 정통 일본식. 일본에서 나고 자란 주부들이 일본식으로 요리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내륙에서 만나는 일본 음식이라는 점 때문에 놀라움과 신선함이 배가 된다. 게다가, 아직도 조금은 서툰 기운이 남아 있는 한국어 발음으로 “어서오세요”를 힘차게 외치는 따뜻한 마음이 음식에 담겨있어 마음마저 편해진다.
왓쇼이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는 바로 라멘. 진하게 끓여낸 일본식 라멘은 대도시 어디에서도 쉽게 맛볼 수 없는 ‘진짜의 맛’이 담뿍 담겨 있다. 한국식으로 변형돼 고기국수와 라멘 어디쯤에 위치한 것들과는 궤과 다른 음식. 오코노미야키, 타코야키와 같은 일본 대표 메뉴들도 주문 가능하니, 꼭 한 번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거창에서 만나는 색다른 가정식,
왓쇼이 식당

거창에서 나는 특산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사과다. 하지만 사과를 이용한 요리는 그다지 많지 않다. 게다가 거창의 자연환경은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을 뿐이니 식재료의 선택에도 제한이 클 수밖에. 그래서, 그런 곳에서 정통 일본 가정식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꽤 생경한 일이다.
왓쇼이 식당은 한국으로 이주해 온 일본 주부들이 한일문화교류회에서 만나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거창 시장 내에서 ‘다정카페’라는 이름으로 첫 영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의 왓쇼이 식당으로 변모했다. 왓쇼이는 힘을 낼 때의 구호 “영차영차”의 뜻을 담고 있는 일본어. 실제 식당 안에서는 다양한 일본어를 들을 수 있다.

음식들 역시 정통 일본식. 일본에서 나고 자란 주부들이 일본식으로 요리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내륙에서 만나는 일본 음식이라는 점 때문에 놀라움과 신선함이 배가 된다. 게다가, 아직도 조금은 서툰 기운이 남아 있는 한국어 발음으로 “어서오세요”를 힘차게 외치는 따뜻한 마음이 음식에 담겨있어 마음마저 편해진다.
왓쇼이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는 바로 라멘. 진하게 끓여낸 일본식 라멘은 대도시 어디에서도 쉽게 맛볼 수 없는 ‘진짜의 맛’이 담뿍 담겨 있다. 한국식으로 변형돼 고기국수와 라멘 어디쯤에 위치한 것들과는 궤과 다른 음식. 오코노미야키, 타코야키와 같은 일본 대표 메뉴들도 주문 가능하니, 꼭 한 번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글ㆍ사진 정환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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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

    • 감사합니다, 의미있는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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