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태워지면서 자연스러운 색과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되는 낙화. 지난 47년간 불과 재료가 만나 완성되는 낙화의 길에 매진해 온 김영조 낙화장은 숱한 인고의 시간을 거쳐 낙화를 최초로 국가무형문화재 반열에 올려놓았다. 낙화와 동고동락해 온 김영조 낙화장이 불에서 피워내는 아름다운 그림의 세계로 안내했다.

스스로를 태워 완성되는 그림

숯불에 벌겋게 달궈진 인두가 한지 위를 스쳐간 자리에 은은한 갈색 톤의 산수화가 펼쳐진다. 붓도 물감도 없이 오직 불과 인두, 한지만으로 그림을 그려낸 이는 국가무형문화재 낙화장 김영조 장인이다.
“낙화(烙畵)는 종이나 비단, 나무 등 탈 수 있는 소재에 불에 달군 쇠붙이를 이용해 태워서 글씨도 쓰고 그림도 문양도 그리는 예술입니다.” 김영조 낙화장이 낙화에 입문한 동기는 ‘좋아서’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고등학교 졸업 무렵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기울어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1972년 봄, 우연히 발견한 신문 광고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낙화 수강생 모집’. 낙화가 뭔지도 몰랐지만 그림인 것 같고, ‘취업 보장’이라는 말이 함께 있어서 전창진 씨가 운영하던 낙화연구소를 찾아갔다.

포기할 뻔했던 꿈을 다시 찾은 그는 연구소에서 숙식하면서 쉬지 않고 작업해 다른 사람보다 2~3배는 빠르게 실력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수강생들이 줄어들면서 학원은 문을 닫았고 뜻을 함께했던 동료들과도 흩어지게 되면서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다. 김 낙화장은 3년 간 익힌 낙화 기술로 기념품을 제작해 유명 관광지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생동감이 넘치는 낙화 그림은 인기가 좋았고, 1979년에는 보은에 정착했다. 이후 속리산 앞에서 기념품 가게를 4개소나 열 정도로 생활이 안정되면서 자신만의 작품을 시작했다.

기념품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 격상

낙화를 그릴수록 전통 낙화를 제대로 작업하고 싶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운영하던 기념품 가게를 모두 정리하고 기존에 만들어 놓은 상품도 모두 태워버렸다.
“낙화를 하면 할수록 표현력이나 색감이 다른 그림과 전혀 다른 매력을 발견했어요. 이 아름다운 그림이 기념품이라는 인식에 고정되는게 너무 아까웠죠.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초조함도 있었고요.”
문헌을 찾고 다수의 동양화를 모사하며 산수화·화조화 등 전통 낙화에 대한 숙련도를 높였다. 같은 그림을 100장, 1000장 반복해 그리면서 7년을 매진했다. 관광지에서 보는 값싼 그림이라는 인식도 그를 자극했다. 전시회에 출품하면 예술이 아니라고 거부당하기도 했다. 그런 인식과 부딪칠 때마다 낙화를 꼭 세계적인 예술 반열에 올려놓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노력했다.
2007년 전승공예대전에서 특선을 차지하며 용기를 얻고, 공모전에서 수차례 수상을 거듭하며 자신감이 더해졌다. 2010년에 충청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후, 해외 각국의 전시회 참여는 물론 이탈리아 아솔로(Asolo) 비엔날레 개막식에 초청받아 단독 시연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9년 1월 최초의 국가무형문화재 낙화장에 지정되었다. “제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재주가 아니라 500년 동안 침체되어 있던 낙화라는 위대한 예술을 전통 예술의 궤도에 올려놨다는 것입니다.”
그가 걸어온 길은 희망이 없는 길이었다. 그럼에도 낙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겠다는 목표만 바라보며 고집스럽게 걸어온 김영조 낙화장. 하루도 성할 날 없이 화상을 달고 살았던 그 손은 아직도 인두를 들고 있다. 그가 걸어온 길은 어느덧 스스로를 태워 아름다운 빛깔을 내는 낙화와 꼭 닮아 있다.

낙화의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어져 왔나요?

우리의 낙화 역사에 대해 정확한 문헌 기록은 없습니다. 학계에서는 500년 정도라고 보고 있고, 처음 발상은 중국입니다. 700년 전 명나라 무풍자(武風子) 염(恬)이라는 사람이 낙화로 이름을 날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명나라 말기에 들어왔다고 보는데, 오세창의 <근역서화징槿域書畫澂>에 ‘조선중기 정부인 장 씨(장계향)가 낙화를 잘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아마도 중국에서 낙화가 들어온 뒤 주로 집안으로 들어가 부녀자들 중심으로 이어져 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지필묵이 필요 없으니 서민들 사이에 퍼졌을 수도 있고요.

그렇게 200여 년간 낙화는 기록에서 사라졌다가 1820년 박창규라는 사람의 등장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낙화가 회화로 인식되게 만든 인물이죠. 그 무렵 장안의 사대부 집안에는 모두 낙화 병풍 한 점씩을 지니고 있었다고 하니 낙화의 인기가 대단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박창규와 인연이 깊었던 추사가 쓴 편지 같은 글에 보면 ‘박창규가 낙화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어서 중국의 무풍자라는 고수와 겨루어도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조선의 명인’이라고 극찬했죠. 박창규는 대궐에도 초청을 받아 임금 앞에서 어전시연을 했던 기록도 있고요. 이후 밀양 박씨 가문에서만 가업으로 낙화가 이어지면서 대중으로부터는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밀양 박씨의 방계로 전해지면서 제 스승인 전창진 선생님까지 가까스로 명맥이 이어졌습니다.

낙화의 기법이 궁금합니다. 또한 낙화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낙화 기법은 전통 수묵화 화법과 비슷한데, 붓 대신 인두로 표현하는 것이 다르죠. 먹의 농담을 인두로 지져서 나타내는 게 핵심인데, 인두와 불을 다루는 손놀림과 농담을 표현하는 기술이 중요하죠. 열의 강약과 인두의 힘에 따라 색이 검정색과 갈색으로 달라지기도 하고, 인두를 면으로 누르느냐, 세우느냐 등의 손놀림에 따라 선긋기, 색칠하기 같은 다양한 기법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낙화는 전통 산수, 화조 등 동양화에서 다루는 소재를 모두 다루며, 서양화의 장점과 수묵화의 장점도 갖고 있습니다. 서양화는 물감을 자꾸 쌓아서 겉에 있는 색은 들어가고 속에 있는 색이 드러나게 만드는 기법이죠. 낙화 역시 20번, 30번 인두질을 겹쳐 쌓아서 풍부한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또한 수묵의 먹이 번져가며 보이는 아름다움이 동양화의 매력인데, 낙화는 나무를 태울 때 타는 질감이 스윽 퍼져 나가면서 마치 묵화 같은 효과가 나죠. 이처럼 서양화와 동양화의 효과를 다 낼 수 있기 때문에 표현의 영역이 넓다는 것도 낙화의 큰 매력입니다. 무엇보다도 낙화는 한 가지 색으로만 그리는데, 그 한 가지 색의 순수하고 담백한 매력이 있습니다.

김영조 작품2

낙화가 문화 관광 콘텐츠로서 어떤 의의를 가지고 있나요?

보은군에서 국가무형문화재는 낙화장이 유일합니다. 특히 낙화장은 국가무형문화재 중에서도 새롭게 지정된 분야이고 보유자는 제가 유일하죠. 그런 국가무형문화재를 군에서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산임에 틀림없습니다. 지역 특산 예술도 될 수 있고요. 더욱이 낙화는 회화이므로 활용 분야가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도 만들 수 있고 특화된 문화 예술로도 확장될 수 있겠죠. 특히 낙화는 대중에게 낯선 예술이라는 점만으로도 주목받기에 충분한데, 보은은 기존의 관광자원이 있는 만큼 함께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낸다면 시너지효과가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낙화장이 보은에만 있다는 걸 홍보해서 관광과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자체와 함께 오직 보은에서만 만날 수 있는 낙화를 무형문화재 낙화장과 함께 체험해보고, 자신만의 소품도 만들어볼 수 있는 ‘불에서 피어나는 전통예술 문화여행’ 프로그램도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문화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PROGRAMS

보은전통공예체험학교 전시실 관람

2017년 개관한 보은전통공예체험학교는 낙화장을 비롯한 목불조각장, 각자장, 야장, 낙죽장 등 보은군의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전통공예체험학교이다. 공예분야 무형문화재 체험 및 전시는 물론 보은의 다른 전통 공예(한지, 규방, 천연염색, 사경 등)도 체험할 수 있는 특화된 공간이다. 전시실이 따로 있어 낙화 작품을 비롯해 공예 장인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낙화장과 함께하는 보은 여행

현재 정규 체험 프로그램은 없지만, 사전 신청할 시에 김영조 낙화장에게 직접 배우면서 낙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보은에서만 체험해볼 수 있는 낙화와의 만남은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청목화랑 관람

황토로 지은 버섯 모양의 건물인 청목화랑은 김영조 낙화장의 개인 작업실과 전시장으로 조성되어 있다. 사전 예약시 100여 점의 낙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주소:
    • 충북 보은군 고청대로 1471
  • 전화:
    • 070-7795-3989
보은생생문화재체험

문화재청과 함께 진행하는 충북 보은군 생생문화재체험 ‘정이품송으로 마실가자’ 체험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이 가족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오감만족! 정이품송’, 단체 체험 교육프로그램인 ‘정이품송, 전통공예를 만나다’, 보은군 내 지역 방문 교육 프로그램인 ‘마을로 마실 간 소나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해야 참여할 수 있다.

명사 추천 주변 관광지

법주사

‘부처님의 법이 머문다’라는 뜻을 가진 법주사는 통일신라 진흥왕 14년(553)에 의신대사가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와 세운 사찰이다. 법주사는통일신라부터 고려, 조선시대 등 각 시대의 중요 불교문화유산이 전해지는 대찰로 국보 3점, 보물 13점 등의 중요 불교문화유산과 많은 수의 충북유형문화재가 있다. 법주사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다.

  • 주소:
    •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379
  • 전화:
    • 043-543-3615
삼년산성

오정산에 자리한 삼년산성은 신라시대 석축산성으로 신라 자비마립간 13년(470)에 불과 3년 만에 완성했다고 알려진다. 삼년산성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으며, 삼국시대 내내 단 한 번도 점령당하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1500년의 세월을 굳건히 지켜온 우리나라 대표 석축산성으로 성곽을 산책하며 탁 트인 전경을 조망하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 주소:
    • 충북 보은군 보은읍 성주1길 104
  • 전화:
    • 043-542-3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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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규 체험 프로그램은 없지만, 사전 신청할 시에 김영조 낙화장에게 직접 배우면서 낙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보은에서만 체험해볼 수 있는 낙화와의 만남은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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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로 지은 버섯 모양의 건물인 청목화랑은 김영조 낙화장의 개인 작업실과 전시장으로 조성되어 있다. 사전 예약시 100여 점의 낙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주소:
    • 충북 보은군 고청대로 1471
  • 전화:
    • 070-7795-3989
보은생생문화재체험

문화재청과 함께 진행하는 충북 보은군 생생문화재체험 ‘정이품송으로 마실가자’ 체험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이 가족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오감만족! 정이품송’, 단체 체험 교육프로그램인 ‘정이품송, 전통공예를 만나다’, 보은군 내 지역 방문 교육 프로그램인 ‘마을로 마실 간 소나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해야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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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법이 머문다’라는 뜻을 가진 법주사는 통일신라 진흥왕 14년(553)에 의신대사가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와 세운 사찰이다. 법주사는통일신라부터 고려, 조선시대 등 각 시대의 중요 불교문화유산이 전해지는 대찰로 국보 3점, 보물 13점 등의 중요 불교문화유산과 많은 수의 충북유형문화재가 있다. 법주사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다.

  • 주소:
    •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379
  • 전화:
    • 043-543-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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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산에 자리한 삼년산성은 신라시대 석축산성으로 신라 자비마립간 13년(470)에 불과 3년 만에 완성했다고 알려진다. 삼년산성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으며, 삼국시대 내내 단 한 번도 점령당하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1500년의 세월을 굳건히 지켜온 우리나라 대표 석축산성으로 성곽을 산책하며 탁 트인 전경을 조망하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 주소:
    • 충북 보은군 보은읍 성주1길 104
  • 전화:
    • 043-542-3384
INFORMATION
보은전통공예체험학교
글 송지유 | 사진 남윤중(AZ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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